끄적끄적

[회고] 2024년

Emil :) 2024. 12. 31.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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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고..를 써볼까?


다사다난했던 2024년이 끝나간다.

1년 3개월이라는 폐관수련을 거쳐 이직도 성공적으로 하게 되었고, 원하던 서비스 기업에 재직하게 되었다.

다소 해이해진 현 시점, 마음을 다잡고 정리할 필요는 있을 것 같아 작성해본다.

시작에 앞서, 회고와는 다소 결이 다른 주제로 글을 시작하므로, 관심없으면 뒤로가기를 누르도록 하자.

안쓰던걸 왜?

원래 나는 "회고", "성장" 같은 낯간지러운 표현들을 싫어한다.

그도 그럴게, 대한민국 특성 상, 특정 키워드에 매몰되어 본질을 잊게 만드는 성향이 강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개발자 취업톡방만 봐도 "개발자 블로그 써야할까요?", "취업하려면 깃헙 잔디 심어야 할까요?" 라는 글이 심심찮게 올라온다.

나는 그럴때마다 말한다.

"그런거 할 시간에 cs나 하나 더 보세요."

왜 쓰지말라고 하나요?

이러한 질문은 취업을 하기 위한 수단으로 블로그 작성과 깃헙 잔디심기가 유의미한 영향력을 끼칠 것이라는 기저 심리가 깔려있기 때문이다.

당장 개발을 하면서, 혹은 공부를 하면서 여러 블로그들을 살펴본 경험을 톺아보자.

취업을 위해서 작성한 블로그 포스트와, 본인이 정말 공유하고싶고, 깊게 성찰한 글은 티가 다 나지 않던가?

깃헙 잔디도 마찬가지다. 잔디심기에 매몰되어 정작 중요한 개발 및 공부를 생각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하다못해 잔디 심으려고 주석 한줄 추가하는 사람도 봤다. 이게 의미가 있나?

그래서 하지 말라고 한다. 본인이 정말 즐겁고 개인 기록용으로 사용한다면 적극 권장하지만, 그런 사람은 이런 질문을 하지 않는다.

그저 남들 다 하는 것 같고, 개발자 취업하려면 블로그 써야한다는 글을 보기만 했지, 생각해보지는 않았기에 이런 질문이 나오는게 아닐까.

잘못한 것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다만 생각을 좀 더 깊게 해볼 필요성은 있다고 느낀다.

그래서 넌 왜 회고를 쓰냐고요

나이를 먹어서 그런지 센치해질 때가 있고 삶을 되돌아 보는 것이 필요한 순간이 느껴질 때가 있다던데, 그게 바로 지금인 것 같다.

그리고 올해는 특별한 해다. 첫 이직을 성공한 해고, 무엇인가 진심으로 노력해본 적이 이만큼 없었기 때문이다.

올해는 어떤 일이 있었나?


이직

뭐니뭐니해도 가장 큰 이벤트다. 코로나 특수로 개발자 몸값이 천정부지로 오르던 시기, 기존 연봉과 업무에 만족하지 못하고 이직을 결심했었다.

그런데 워낙 베이스가 없었던 터라.. 시행착오를 정말 많이 겪었다.

이력서에 어디서 주워들은 TDD, MSA 이런 키워드만 가지고 작성했다가, 면접에서 모두 들통나 부끄럼을 산 적도 있고,

이론 공부 없이 무작정 코딩테스트 문제를 풀어(사실 문제와 답지를 외우는 행위에 가까웠다) 문제은행 형식으로 코딩테스트 문제를 외워버리기도 하고,

면접용 답변을 달달 외워서 1 depth라도 파고들면 답변을 못해버리기도 하고,

이러한 수 많은 시행착오 끝에 결국엔 이직에 성공했다.

올해 안에 안되면 정말 개발자 말고 다른 길을 진지하게 고민해보려고 했는데, 불행 중 다행(?) 으로 취업에 성공하게 되었다.

 

역대급 채용 불황임에도 불구하고, 회사에 들어와 함께하게 된 팀원들은 그 누구보다 뛰어난 사람들이었다.

지금도 같이 일하며 인성, 개발, 지식 등 다방면에서 그들을 보고 장점들을 흡수하고 있다.

나도 받은 만큼 팀원들에게 더욱 더 적극적으로 공유하고, 알려줘야 하는데, 이 부분은 스스로가 내 기대치에 못미치는 것 같아 조금은 아쉽다.

현재 진행 중인 프로젝트도 있고, 내년엔 팀원들에게 도움이 되고 의지할 수 있는 구성원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어떻게?

더 적극적인 공유자가 되자.

팀원들은 개발을 좋아한다. 개발을 하면서 발생하는 트러블 슈팅이나, 고가용성과 확장성에 대한 고민을 즐겨한다.

따라서 내가 관련된 업무를 맡을 때, 같이 업무를 하던가, 조금씩 분배해서 진행하던가, 내가 그들에게 완벽하게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겠다.

 

다른 부서, 사람들과 유연하게 소통할 수 있는 다리가 되어주자.

이 부분은 나 스스로도 조금 잘 하고 있다고 느끼는 부분이기도 하다.

회사 내부 사정상, 조금 부산스럽고 예민한 분위기이긴 하다. 이런 상황에서 윤활제 역할을 해, 불필요한 감정과 오해가 쌓이지 않도록 중재해주는 역할을 더 충실히 해보자.

선퇴사의 결실(?)

선퇴사를 한 것은 정말 잘못된 선택이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선퇴사를 했기에 서비스 기업으로 이직할 수 있었다.

이게 무슨 소리인가, 잠깐만 한국말은 끝까지 들어보도록 하자.

먼저 내가 퇴사를 했던 이유는 이전 포스팅에 담겨있으니 패스하고..

퇴사를 하고나서 독학으로 공부를 하다가, 부트캠프를 가게 되었다. Kernel360 이라는 부트캠프인데, 현재는 3기까지 진행하고 있더라.

 

내가 느꼈던 가장 큰 문제점은, 솔루션 기업에서 자사 프레임워크로 일하다보니, 서비스 기업에서 주로 사용하는 프레임워크와 그에 대한 이해도가 현저히 낮았던 것이었다.

그런 상태에서, 내 문제점이 뭐고, 좋은 코드란 어떤 것이고, 어떻게 코드를 작성해야 협업하기 좋은 코드인지, 도저히 감이 잡히지 않는 상태였다.

 

따라서 퇴사를 감행하고, 다시 처음부터 제대로 배워보자 라는 마인드로 부트캠프를 가게 되었다. 결과적으로는 좋은 선택이었다.

그런데 취준생(이라 쓰고 백수라 읽는다.) 기간이 길어지니까, 지갑도 얇아지고 그에 따른 심리적 불안감이 굉장히 부정적으로 작용했다.

 

혹시라도 퇴사 후 공부를 고민중인 사람이 이 글을 보게된다면.. 이직에 대한 원칙을 알려주겠다.

  1. 환승이직이 답이다.
  2. 1원칙을 준수하라
  3. 2원칙을 준수하라

취업은 운이 정말 크게 작용한다. 합격엔 여러 요인들이 상충하는데, 요약해보자면

  • 마침 서류담당자 눈에 좋은 이력서고
  • 마침 코딩테스트가 내가 아는 문제들로만 구성되어있고 (혹은 풀어본 문제)
  • 마침 면접관이 기분이 좋은 상태고
  • 마침 회사에서 원하는 인재상과 부합하는 상대가 나고
  • 마침 회사에서 원하는 인재상과 달라도 면접관이 좋아하는 인재상이 나여야 하고
  • 마침 면접관이 내가 아는 것만 딱딱 물어보고
  • 마침 면접관이 내가 모르는 것은 안물어보거나 잘 모르고
  • 마침 면접관이 나를 마음에 들어해야

취업에 성공할 수 있다.

이 모든 것은 당연히 노력과 실력이라는 베이스가 깔려있지만, 합격을 결정짓는 요소는 운이 크게 작용한다고 감히 말할 수 있다.

집에서 탱자탱자 놀다가 어쩌다 보니 덜컥 취업이 된 사람이 아니라, 취업을 정말 열심히 준비해본 사람이라면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 말을 하는 이유는, 그만큼 운이 크게 작용하는데 그 운이 언제 따를 줄 알고 선퇴사를 하는가?

웬만하면 선퇴사는 자제하라는 말이 괜히 있는게 아니다.

외국인들과 협업 경험

회사에서 중국에 SI를 맡긴 것이 있어서, 중국 개발자들과 굉장히 긴밀히 소통했다.

이 과정에서 영작 능력도 꽤나 상승한 것 같고, 본인 스스로 소통에 답답함을 느껴 회화 공부도 병행해 가능하면 컨콜로 소통하고 있다.

스픽이라는 앱으로 하고 있는데, 앱에서 나오는 구문을 활용한다기보단, 그냥 계속 영어를 말해서 영어에 대한 심리장벽을 무너뜨리는 데에는 도움이 꽤나 된 것 같다.

 

지금은 개발된 코드를 받아 인수인계 작업을 진행 중인데, 코드 퀄리티도 상당히 짜임새 있다. 배울 점이 많은 회사다.

 

이 경험이 정말 소중하다고 생각한다. 살면서 외국인과 영어로 소통하며 일할 일이 얼마나 있겠는가.

소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준 회사에 이 자리를 빌어 감사의 인사를 올린다.

마치며


왜? 에 집착하는 사람이 되어보자.

팀원들과 일을 하며, 정말 세세한 것까지 캐치해주는 팀원들에게 매번 감탄을 느끼고 있다.

내게 부족한 점은 왜? 를 그렇게까지 따지지는 않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팀원이 말해줬던 문장이 떠오르는데, 다음과 같다.

기획이 100까지 생각하면, 개발자는 130까지 생각해야 한다.

 

웃으면서 넘긴 이야기였지만, 개발자의 핵심을 관통하는 문장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지금까지 이렇게 사소한 것들을 신경쓰면서 개발을 진행했는가?

대답은 "글쎄" 이다.

동료들이 평가해주는 나 자신은 매우 섬세하다고 말해주지만, 내 기준엔 그렇지 않다.

일을 할 때 내 모토는 "하려던 것보다 1 depth만 더 하자" 인데, 일정이 워낙 빡빡하다보니 올해는 잘 지켜지지 않은 것 같다.

내년엔 내 모토를 확실하게 지키고, 조금 더 깊게 생각할 수 있는 개발자가 되어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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